어젯밤, 원두도 다 떨어진 참에 진작 사서 묵혀둔 스타벅스 원두를 찾았다. 에스프레소용이지만 미리 적당히 적셔서, 콜드브루 통에 거의 탬핑하지 않고 설치해두니 충분히 잘 우러났다. 맛도 나쁘지 않았다. 그 덕에 원두 올 때까지는 며칠 버틸 수 있겠다. 그 김에, 같이 묵혀져있던 제티도 꺼내서 핫케익가루에 넣었다. 맛있게 잘 됐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고민하다 크림치즈를 얹어봤는데, 상큼하고 고소한 맛이 단맛을 잡아주어 맛있었다. 다리가 좀 아팠지만, 헬멧 바람쐬어줄 겸 자전거도 빌렸다. 북쪽으로만 쭉 달리려다, 문득 옆길을 마주쳐서 따라가보았다. 샛강변이 예뻤다. 점점 좁아지는 길이 궁금해서 계속 가니, 길 끝에서 계곡과 개발이 덜 된 동네를 마주쳤다. 트인 숲이 시원했고, 근처 숲속에 있던 학교 별..
추천도서중에 딱 필요하고 마음에 꼭 드는 책이 세 권, 마스다 미리 책 중에서도 아직 읽지 않은데다 마음에 꼭 든 책이 두 권. 마음에 드는 사진도 꽤 찍었다. 낮 달도, 도서관에서 나오는 길에 마주한 석양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집에 돌아가는 길, 미소가 퍼져나왔다. 스스로 표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건 알고있었지만, 그게 요즘은 대부분 미소라 신기하다. 특별히 웃긴 걸 봐서가 아니라, 마음 깊이 만족스러워서. 옥색 블라우스, 천가방에 시트지는 꽂아넣고 꽃분홍 양산을 찾아들고 신나하는 촌스러운 모습이 모르는 사람 눈에 매력있어 보일 수 있었다면, 기쁨이 넘쳐서 주위에 전달됐기 때문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먹은 걸 돌이켜보니 조금 소박해보이기도 한다. 느지막이 일어나 청소기 돌리고, 커피 내려서 백련초식빵, 딸기잼과 먹었다. 그게 늦은 오후. 종류별로 구분해 빨래를 돌리며, 우연히 본 라면 레시피도 바로 따라서 늦은 점심을 또 먹었다. 모양은 성공적이지 않았지만, 먹을만했다. (자작하게, 스프 1/2에 치즈와 계란을 넣은 것) 또 커피를 내려 생각 없이 식빵을 뜯어 먹으며 쉬었다. 지퍼백에 담아둬서 쉬이 푸석해지지 않을텐데도 신경이 쓰였다. 그러느라 별로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쫄면용으로 산 비빔장에 비빔면/비빔밥에 사용하라 쓰여있던 걸 생각하며 얼른 햇반을 데우고 계란후라이를 해서 비벼먹고 요가하러 나섰다. 아침부터 햇살이 따뜻하고 쨍쨍 밝이서 좋았다. 모처럼 시킨 귀걸이 세트도 다 마음에 든다. ..
곧 집에 도착하면, 핸드드립해서 오늘 구운 식빵과 먹을 것이다. 어제 사둔 재료로 쫄면도 해먹고! 송이버섯 사둔 것도 구워먹고싶다. 요즘 하고있는 자기계발, 자기관리는?이라는 인기글을 봤다. 매일 한 시간 이상 요가수련 받기, 매주 (화) 취미 꽃꽂이, 매주 (목) 취미 제과제빵, 매일 직접 내린 커피 마시기 아침에 너무 늦지 않게 일어나고 바로 침구정리 매일 과일(바나나) 먹기 영양제(유산균, 멀티비타민, 오메가3) 먹기 하루에 두 끼 이상, 잘 챙겨먹기 관절에 무리가지 않게 바른 자세, 걸음걸이 신경쓰기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데이트 외의 약속 도서관에서 책 꾸준히 빌려읽기 Q&A a day 5yrs 밀리지 않고 쓰기 오, 엄청 많다!
주말 내 과식을 하고, 속이 지친 느낌이었다. 싸리리하니 소화가 잘 안될 듯한. 점심시간을 넘겨, 속이 쓰릴까봐 물과 굵은 치즈소세지를 사서 천천히 꼭꼭 씹어먹었다. 속쓰림, 허전함을 허기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본 후 식욕에 대해 더 의식하게 됐다. 내가 진짜 배가 고픈 건지, 심심해서 출출한 건지, 속이 살짝 쓰린 건지. 엄마가 사온 구운 계란, 누룽지와 황태반찬, 오늘 커피와 먹으려고 사온 갈릭버터식빵을 먹었다. 아무리 두 끼를 먹는둥 마는둥했대도, 이정도 먹었으면 배가 차야하는데 자꾸 뭘 먹고싶었다. 허전해서 그렇겠거니 했지만, 계속 먹고싶은 생각이 들어 열시 넘어 계란도 더 먹고, 뜨거운 물 한 컵에 누룽지도 한 조각 넣어 먹었다. 요 며칠 혼자 있으면 자꾸 헛헛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스..
아침 요가 가면서, 개점 준비하는 노점을 봤다. 시간이 넉넉치 않았다면, 제일 큰 글씨만 보고 야채곱창집이구나하고 지나갔을 수도 있다. 역에서 맡은 어묵국물 냄새에 분식이 땡기던 터라, 분식과 토스트까지 파는 노점을 유심히 봐뒀다. 너무 짜거나 맵지 않아서 좋았다. 주인분도 적당히 친절하게 해주셔, 부담스럽지 않고 편했다. 아침도 바나나만 대강 집어먹고 나온터라, 점심시간 조금 전에 떡볶이를 먹고 자전거를 타러 갔다. 기온은 높아지고, 아직 미세먼지는 오지 않아 자전거 타기에 정말 좋은 날씨다. 넘치게 핀 샛노란 개나리 아래로, 도봉산을 보며 쭉쭉 올라갔다. 하천 건너편으로도 가봤다. 꼬리뼈가 아프도록 계속 탔고, 돌아올 때 내 생각보다도 더 멀리 갔었구나하고 깨달았다. 집에 헬멧이 와있으니, 다음주부터..
아침에 커피를 내리고, 팬케익과 바나나, 헤이즐넛시럽 그리고 양배추샐러드를 먹었다. 원두를 직접 갈고, 1구짜리 스토브로 커피물도 데우고, 좁은 조리대에서 반죽도 하다보니 차리는 데 거의 한 시간은 걸렸다. 그래도 정성스럽게 차려 먹는 건 기분이 좋다. 마스다 미리의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를 빌려왔다. 자꾸만 뭔가를 확정하고 더 빨리 뛰려고 하는 걸 조금 늦추고, 모처럼 생긴 휴식을 충분히 즐기고 여유있게 생각하고 싶어서. 책이 나이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하는데, 가족들과 내 성장에 대해 얘기한 게 떠올랐다. 자전거도 배우고 배드민턴도 잘 치게 되다니, 내 운동신경이 좋아지다니 신기하다는 엄마에게 동생이 "누나나 나는 아직 자라는 중이라 그렇다"고 했다. 잠시 동생이 어려서 그렇다고 생각했다가, ..
일찍 일어나 오전, 낮 수련에 모두 참석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피곤해서 미루고 더 쉬다, 지금 낮 요가를 가고있다. 그럼에도 스스로 실망스럽지 않다. 피곤했으니 그럴 수 있고, 내일도 종일 요가할 수 있는 날이니 내일 더 하면 된다. 바나나를 먹고, 쉬다, 감기약을 먹고, 아점. 가염버터와 딸기잼을 바른 토스트, 직접 내린 커피, 후식으로 플레인요거트. 창을 활짝 열어 따뜻한 햇볕과 신선한 공기가 들어와 기분이 좋았다. 찰랑찰랑 짧은 단발도 편하고 마음에 든다. 옆머리를 귀 뒤로 넘기면 거슬릴 것 없이 시야가 훤해진다. 진달래며 개나리가 활짝 핀 풍경도 멋지고, 요가복에 주머니에 책이 들어가는 점퍼차림으로 있자니 더없이 편안하다. 앞으로도 스스로 속박하거나 부담갖지 않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