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에는 목적이 있는 게 좋다. 스스로 고른 생활양식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훨씬 윤택한 삶이 된다. 생각없이 틀어둔 TV, 이미 본 내용 투성이여도 계속 들여다보는 유머게시판, 아무렇게나 배를 채우는 일. 이건 휴식조차 아니다. 이렇게 나태해지니, 마음이 밖을 향했다. 내 생활이 재미없어진 이유를 남에게서 찾고, 삶이 허무하다 생각한다. 몸을 풀고 마음을 쉬기 위한 요가, 생각을 넓히기 위한 책, 건강과 편리를 위한 소비. 이게 아니어도, 그저 취향에 맞아 고른 노래며 음식도 좋다. 걸을 때도 '사뿐하되 넓은 보폭으로, 몸에 무리는 주지 않으며 빨리 가야지.'하는 생각을 하며 움직이면 의미있는 시간으로 느껴진다. 생각을 멈출 수는 없다. 다만 내가 알 수 있는 내 마음이나, 스스로 행할 수 있는 걸 생각하..
아침에는 샌드위치, 크림빵,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고, 늦은 오전동안 공원에서 자전거를 탔다. 내리막길을 계속 스르륵 굴러내려가면서. 계속 올라가고, 내려가고. 그리고 구름카페에서 진저비어를 샀다. 꼭 실패할 것 같은 선택이었는데도 골랐고, 생각보다 훨씬 진하고 맛있다. 동네 도서관에는 없었던 마스다 미리 책이 있어서 골라서 읽는데, 이 높은 창 밖에서 거미가 집을 짓고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겁도 없이 훌쩍 훌쩍 뛰면서 한참을 신나게 춤추다 갑자기 멀리 멀리 내려가버렸다. 비상한 노래가 나올 때, 갈매기 한 마리가 역시 비장한 모습으로 날아갔다. 멋진 하루다.
손으로 쓰는 게 더 기분 정화에 나을 것 같았지만, 바쁘니까 이동하면서. 우선, 해결하려 열심히 도와주면서도 위로도 해주는 남자친구, 유쾌하지 않은 일인데도 열심히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친구들이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나는 실수로 다른 이에게 피해를 준 적 없는지, 그럴 때 나 또한 적극적으로 사과했는지. 내가 먼저 뜨악하여 놀란 표정만 짓고, 진지하게 미안하다 하진 않았다. 계속 되뇌며 짜증낸다고 달라질 게 있는지. 가능한 방법은 이미 다 했다. 마지막으로, 일이 이렇게 된 데에 정말로 내 책임은 없는지. 어쨌든 최종적으로 내 물건을 안챙긴건 나니까.
제빵 수업 가는 길에 GS25 앞에서 버스를 기다려야하고, 수업은 이른 아침이라 정신이 없는 등... 여러 이유로 방탄커피를 사마셔봤다. 마침 1+1 행사까지 하고있어서 텀블러 가득에다가 한입 더. 버터커피를 마시고도, 마침 오늘 메뉴가 디저트라 느끼하고 과식한 느낌이라 헬멧을 챙겨나왔다. 색깔이 다른 따릉이가 있어서 타봤더니, 승차감(?)도 다르다. 더 좋았다. 브레이크, 기어도 살짝 다르고. 개나리가 질듯하면 벚꽃이, 그리고 라일락, 철쭉이, 꽃이 다 졌겠다고 아쉬워하며 타니 또 아카시아가 피어있다. 조경을 참 잘 해뒀다싶었다. 외에도 꽃양귀비나 예쁜 파란색에 패랭이같은(하지만 엷은 색과 꽃잎의) 꽃, 빨간 꽃양귀비, 일찍 핀 나리꽃 등도 있었다.
엷은 베일을 친 듯, 떠오를 듯 떠오르지 않는 문장이 있었다. 어떤 내용인 줄은 알지만, 그 단어들이 아니라면 분명히 표현할 수 없는 상태. 오늘 마스다 미리 책을 세 개나 골랐는데, 마침 한 권을 도서관에서 바로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거기서 소설 제목이 등장하며 번뜩 떠올랐다. 얼른 뛰어가, 나쓰메 소세키 앞부분에서 그 문장을 찾았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니 어디서든 언급될 수 있었지만, 지금 딱 마주쳤기에 명쾌한 기분을 선물받을 수 있었다. 좋아하는 에세이에서, 몇 주동안 머릿 속에 맴돌던 작품이 반짝 나타나서, 바로 찾아 읽을 수 있었다니. 사소할 수 있지만, 기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