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에 대해 신기한 점 중 하나는, 의외로 먹을만큼 먹으면 사료를 먹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 포유동물조차 적당히 먹을 줄을 몰라 제한급식을 해야한다는 걸 생각하면, 손가락보다 작은 구피가 알아서 양껏 나눠먹는다는 건 더 놀랍다. 며칠 전, 작고 동그란 마리모에 배를 얹고 자고있던 것도 신기했다. 우연일 것 같지는 않고, 아무래도 물고기도 자갈보다는 폭신한 이끼가 좋은 거겠지. 마리모를 조금 더 사야겠다. 가끔 개운죽 이파리에 꼬리를 얹을 때도 있어서, 베타가 침대를 쓰는 것처럼 스킨답서스 잎이나 인공잎을 붙여주면 쓰려나 싶기도 하다. 마리모에서 자는 걸 찍으려니, 귀찮다는 듯 돌아서 자갈이 패인 구석 쪽에서 조금 더 자던 것도 사람 같아서 재미있었다. 요즘은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으니, 수온을 자주 확..
편의점에서 '목까지 시원한 배'라는 음료를 사서 버스에 탔어. 맨 앞자리에 앉아 책을 읽으면서 가는데, 팝송이 나오는 라디오도 마음에 들고, 문득 고개를 드니 꼭대기가 조금씩 물들고있는 나무들이 금빛 가을햇살에 반짝여서 기분이 좋아. 책을 덮고 조금 더 밖을 보자니, 코스모스도 보여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어. 아침 겸 점심도 잘 먹고, 여름 이불도 빨아널고, 방과 욕실 청소도 해서 상쾌했어. 매달아둔 홑겹 이불이 커튼 같아 예뻤고, 총총대며 바쁜 와중에도 물을 끓여 커피 마시는 내가 참 나답다는 생각을 했어. 친구의 선물 토스트 키링이 크고 사진보다 더 예뻐서, 가방에 달고 나왔어. 여기에 남자친구가 한눈에 골라 사줬던 흰 니트와 넓은 청바지, 겨자색 컨버스 다 이 날씨에 딱 어울려서 마음에 들어. 마..
[고급] 큰별쌤 최태성의 별별 한국사 상 - 1, 2급국내도서저자 : 최태성출판 : 이투스그룹 2017.01.16상세보기[고급] 큰별쌤 최태성의 별별 한국사 하 - 1, 2급국내도서저자 : 최태성출판 : 이투스그룹 2017.02.28상세보기 근래 근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많이 개봉했다. 영화를 보면서도 내가 역사, 특히 근현대사에 어찌나 관심이 없고 무지했는지 많이 느꼈다. 전혀 다른 분야만 공부해온 남자친구보다도 훨씬 모른다는 점에서 또 반성했고. 그래서 근현대사 책을 읽으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역사에 관심이 없어서 눈에 영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올여름 남자친구가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을 취득해두면서 다시 새로운 자극이 되어, 나도 10월 27일 한국사능력시험을 보기로 마음먹었다. 집 바..
오늘도 점심이 좀 늦었어. 그래도 내가 정한 시간까지만 기다리고 바로 나서니 바로 기분이 나아졌어. 미리 생각해둔대로 짬뽕밥을 먹었는데, 들이있는 당면이 탱글탱글해서 식감이 좋았어. 별렀던 홍루이젠에 들러 밀크티와 긴 오후를 위한 샌드위치 살랬는데, 마침 오전 물량 매진이라고 문을 닫더라. 오후에 기회되면 또 들르기로 하고, 어제 봤던 데자와 1+1을 샀어. 그리고 산책하기엔 애매한 시간이라 옆 단지에 그네타러 가는데, 마침 가는 길목에 누가 큰 앤젤트럼펫 나무 화분을 뒀더라. 꽃이 엄청 많고 예뻤어. 그네도 시원하게 타고나니 머릿속까지 상쾌해! 이제 줄넘기도 다시 하고, 그 김에 그네도 가끔 탈까봐.
모처럼 블로그에 이웃 글을 보다가, 봉골레 후기를 보고 파스타가 먹고 싶어졌다. 점심이 늦어져 배가 고팠고 퇴근도 이르지 않을 듯해서 고민은 됐지만, 우선 결정한 대로 힘차게 나섰다. 깜빡하고 아침에 귀걸이도 하지 않고 나섰고, 또 선물 받은 홍차로 밀크티도 만들어마시며 오후 시간을 보내려면 설탕도 가져와야 해 집 근처 비스트로로 향했다. 그런데 카카오맵에서 [영업 중]이라 확인하고 갔는데도, 막상 가보니 이미 다른 가게로 바뀌어있었다. 가는 길에 냉면집 문에 붙은 '돌솥 제육덮밥 개시'를 보고, 혹시라도 비스트로가 닫혀있으면 가려고 생각해뒀기에 되돌아와 제육덮밥을 먹었다. 분식집스러운 두툼한 고기에 기름진 소스를 생각했는데, 뚝배기불고기와 같은 고기를 쓰는지 얇은 고기와 김치를 볶아 얹었다. 메뉴판을 ..
새로 나타난 고등어가 턱시도가 데려온 친구였는지, 아니면 서로 야옹대던게 대치 중인 거였는지 모르겠다. 턱시도의 일행인 조금 더 큰 얼룩이와 고등어가 어제 엄청 심하게 싸우는 걸 보고 충격받았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그렇게 격하게 싸우는 건 처음 봤다. 둘이 공처럼 몇 바퀴나 빠르게 굴러다닐 정도로. 고등어가 나와 건물에 그렇게 몸을 부비고 친한 체 한 것도, 영역을 표시하고 다른 고양이들을 내쫓기 위함이었나 싶어 마음이 복잡했다. 그리고 두 고양이가 안보이다가, 다행히 조금 전 턱시도가 지나가는 게 보여 급히 가서 사료를 조금 줬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너무 쳐다봐서 충분히 주지 못하고 들어왔다. 항상 같은 골목에 주로 있고, 반짝반짝 건강해보이는 걸 보면 역시 그 부근 단독주택 외출냥이인지도.
퇴근하니, 새로운 청소년 고양이가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못보고 들어갈 뻔 했는데, 입구 옆에서 야옹대며 와서 내 다리에 몸을 문지르고 다니고 친한 척을 했다. 이시쿠로 유키코의 오늘은 고양이처럼 살아봅시다를 읽었는데, 책에 나온대로 고양이는 소중한 정보를 서로 전해주나 보다. 이 집에 밥 주는 사람이 산다는 걸 이미 아는 듯, 밥 먹으러 종종 오는 두 마리 고양이처럼 태연히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엔 체격도 울음소리도 비슷한 턱시도가 와있는 줄 알았는데, 센서등이 들어오고보니 처음 보는 고등어무늬 고양이였다. 예전에 두 고양이가 친구를 데려온 적 있는데, 그때 본 녀석 같다. 길고양이 평균수명이 4년 내외라는 걸 이번 책에서 봐서, 먹이에만 열중하지 않고 오히려 나를 더 따라오고 쓰다듬어달라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