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쓰는 게 더 기분 정화에 나을 것 같았지만, 바쁘니까 이동하면서. 우선, 해결하려 열심히 도와주면서도 위로도 해주는 남자친구, 유쾌하지 않은 일인데도 열심히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친구들이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나는 실수로 다른 이에게 피해를 준 적 없는지, 그럴 때 나 또한 적극적으로 사과했는지. 내가 먼저 뜨악하여 놀란 표정만 짓고, 진지하게 미안하다 하진 않았다. 계속 되뇌며 짜증낸다고 달라질 게 있는지. 가능한 방법은 이미 다 했다. 마지막으로, 일이 이렇게 된 데에 정말로 내 책임은 없는지. 어쨌든 최종적으로 내 물건을 안챙긴건 나니까.
제빵 수업 가는 길에 GS25 앞에서 버스를 기다려야하고, 수업은 이른 아침이라 정신이 없는 등... 여러 이유로 방탄커피를 사마셔봤다. 마침 1+1 행사까지 하고있어서 텀블러 가득에다가 한입 더. 버터커피를 마시고도, 마침 오늘 메뉴가 디저트라 느끼하고 과식한 느낌이라 헬멧을 챙겨나왔다. 색깔이 다른 따릉이가 있어서 타봤더니, 승차감(?)도 다르다. 더 좋았다. 브레이크, 기어도 살짝 다르고. 개나리가 질듯하면 벚꽃이, 그리고 라일락, 철쭉이, 꽃이 다 졌겠다고 아쉬워하며 타니 또 아카시아가 피어있다. 조경을 참 잘 해뒀다싶었다. 외에도 꽃양귀비나 예쁜 파란색에 패랭이같은(하지만 엷은 색과 꽃잎의) 꽃, 빨간 꽃양귀비, 일찍 핀 나리꽃 등도 있었다.
엷은 베일을 친 듯, 떠오를 듯 떠오르지 않는 문장이 있었다. 어떤 내용인 줄은 알지만, 그 단어들이 아니라면 분명히 표현할 수 없는 상태. 오늘 마스다 미리 책을 세 개나 골랐는데, 마침 한 권을 도서관에서 바로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거기서 소설 제목이 등장하며 번뜩 떠올랐다. 얼른 뛰어가, 나쓰메 소세키 앞부분에서 그 문장을 찾았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니 어디서든 언급될 수 있었지만, 지금 딱 마주쳤기에 명쾌한 기분을 선물받을 수 있었다. 좋아하는 에세이에서, 몇 주동안 머릿 속에 맴돌던 작품이 반짝 나타나서, 바로 찾아 읽을 수 있었다니. 사소할 수 있지만, 기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