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지만, 오늘도 시원하게 요가까지 했다. 요즘은 굳이 평화로운 풍경으로 생각 돌리려 애쓰지 않아도, 딱히 잡념이 들지 않고 동작에 쉽게 집중된다. 동작을 더 잘 완성하고, 유연성이 되는만큼 끝까지 한다는 마음보다는 근육이 더 잘 풀어지거나 또는 충분히 자극받는지, 다른 근육 등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지는 않는지 점검하면서 하게 되었다. 쟁기자세~물구나무로 윗등 주변이 시원해졌다. 요가 마친 후 마을버스 귀가는 처음이다. 오늘 처음 간 플로리스트 수업 마치고 나오는 내 뒤로 처음인데도 인사성이 밝다는 얘기가 들렸다. 확실히 여러모로 마음이 편하고 여유있어진 듯하다.
주말 내 과식을 하고, 속이 지친 느낌이었다. 싸리리하니 소화가 잘 안될 듯한. 점심시간을 넘겨, 속이 쓰릴까봐 물과 굵은 치즈소세지를 사서 천천히 꼭꼭 씹어먹었다. 속쓰림, 허전함을 허기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본 후 식욕에 대해 더 의식하게 됐다. 내가 진짜 배가 고픈 건지, 심심해서 출출한 건지, 속이 살짝 쓰린 건지. 엄마가 사온 구운 계란, 누룽지와 황태반찬, 오늘 커피와 먹으려고 사온 갈릭버터식빵을 먹었다. 아무리 두 끼를 먹는둥 마는둥했대도, 이정도 먹었으면 배가 차야하는데 자꾸 뭘 먹고싶었다. 허전해서 그렇겠거니 했지만, 계속 먹고싶은 생각이 들어 열시 넘어 계란도 더 먹고, 뜨거운 물 한 컵에 누룽지도 한 조각 넣어 먹었다. 요 며칠 혼자 있으면 자꾸 헛헛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스..
가부좌 튼 다리간격보다 조금 더 넓게 띠를 잡고, 반듯한 자세에서 끈을 잡는 힘 외에는 목과 어깨 힘을 풀고, 가슴은 수그러들지 않게 앞으로 잘 펴고 한다. 좌우 또는 뒤로 확장하듯 열어주는 동작. 처음 해본 건 오른팔/왼팔을 90도(한 팔은 수평, 한 필은 수직에 가깝게)하고 앞뒤로 풀어주는 자세. 무리하지 않고 했는데도, 등~어깨가 좀 뻐근했다. 자기 전 누워서 발 흔들기(발목~고관절 이완) 충분히, 나비자세(반듯하게 중심잡고 하도록 주의) 권장하셨다.
아침 요가 가면서, 개점 준비하는 노점을 봤다. 시간이 넉넉치 않았다면, 제일 큰 글씨만 보고 야채곱창집이구나하고 지나갔을 수도 있다. 역에서 맡은 어묵국물 냄새에 분식이 땡기던 터라, 분식과 토스트까지 파는 노점을 유심히 봐뒀다. 너무 짜거나 맵지 않아서 좋았다. 주인분도 적당히 친절하게 해주셔, 부담스럽지 않고 편했다. 아침도 바나나만 대강 집어먹고 나온터라, 점심시간 조금 전에 떡볶이를 먹고 자전거를 타러 갔다. 기온은 높아지고, 아직 미세먼지는 오지 않아 자전거 타기에 정말 좋은 날씨다. 넘치게 핀 샛노란 개나리 아래로, 도봉산을 보며 쭉쭉 올라갔다. 하천 건너편으로도 가봤다. 꼬리뼈가 아프도록 계속 탔고, 돌아올 때 내 생각보다도 더 멀리 갔었구나하고 깨달았다. 집에 헬멧이 와있으니, 다음주부터..
오늘 낮 요가, 역시 꼼꼼하고 구체적인 설명으로 잘 할 수 있었다. 건물이 완성된 듯(자세를 잡은 후, 힘주어 버티는 건 아니지만 움직임이 멈춘 상태) / 거울에 비추어보듯(풀어지는 곳을 관망할 때) 등의 표현도 쉽게 와닿았다. 단정적이지 않고, 긍정적인 표현을 주로 쓰시는 것도 좋았다. 비뚤어진 쪽이 저리거나 더 풀리는 느낌은 딱히 못느끼겠다고 해도, 성격이 좋아도 불편을 잘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씀하셔서 듣기에 좋았다. 저녁 일반 요가는 모처럼 간 건데, 확실히 전보다 안정감 있게 동작이 되고 더 효과적이라 느껴졌다. 명상요가 수련 시 더 자세한 설명과 교정을 받아서 그런 듯하다.
아침에 커피를 내리고, 팬케익과 바나나, 헤이즐넛시럽 그리고 양배추샐러드를 먹었다. 원두를 직접 갈고, 1구짜리 스토브로 커피물도 데우고, 좁은 조리대에서 반죽도 하다보니 차리는 데 거의 한 시간은 걸렸다. 그래도 정성스럽게 차려 먹는 건 기분이 좋다. 마스다 미리의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를 빌려왔다. 자꾸만 뭔가를 확정하고 더 빨리 뛰려고 하는 걸 조금 늦추고, 모처럼 생긴 휴식을 충분히 즐기고 여유있게 생각하고 싶어서. 책이 나이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하는데, 가족들과 내 성장에 대해 얘기한 게 떠올랐다. 자전거도 배우고 배드민턴도 잘 치게 되다니, 내 운동신경이 좋아지다니 신기하다는 엄마에게 동생이 "누나나 나는 아직 자라는 중이라 그렇다"고 했다. 잠시 동생이 어려서 그렇다고 생각했다가, ..
일찍 일어나 오전, 낮 수련에 모두 참석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피곤해서 미루고 더 쉬다, 지금 낮 요가를 가고있다. 그럼에도 스스로 실망스럽지 않다. 피곤했으니 그럴 수 있고, 내일도 종일 요가할 수 있는 날이니 내일 더 하면 된다. 바나나를 먹고, 쉬다, 감기약을 먹고, 아점. 가염버터와 딸기잼을 바른 토스트, 직접 내린 커피, 후식으로 플레인요거트. 창을 활짝 열어 따뜻한 햇볕과 신선한 공기가 들어와 기분이 좋았다. 찰랑찰랑 짧은 단발도 편하고 마음에 든다. 옆머리를 귀 뒤로 넘기면 거슬릴 것 없이 시야가 훤해진다. 진달래며 개나리가 활짝 핀 풍경도 멋지고, 요가복에 주머니에 책이 들어가는 점퍼차림으로 있자니 더없이 편안하다. 앞으로도 스스로 속박하거나 부담갖지 않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