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감각이 안좋고 어지럼증도 자주 있었이서, 한 다리로 중십잡는 자세는 조금 불안하다. 하다보면 더 잘하게 되겠지! 살짝 감기기운이 있는 듯했는데, 쌍화탕 마시고 요가하고나니 말끔하다. 나는 풍성한 안개꽃이다, 푱 터져오르는 꽃이다-하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산수유도 강아지풀도 아닌, 싱그러운 연두색 꽃! 기분좋게 귀가하는 길에, 추운동안 한참 못본 턱시도 고양이를 봤다. 통통하고 털도 반짝반짝 건강한 걸 보니, 집에서 잘 지내고 있나보다. 덕분에 더 행복해졌다. 역시 옷이 불편하면 운동에 방해가 된다. 바지 안에 조금 빳빳한 방한내복을 입었더니 다리 구부리기가 불편했다.
공휴일과 감기로 거의 2주만에 요가. 감기와 업무 스트레스로 뭉친 어깨, 등이 물리치료에도 좀체 풀리지 않았는데, 모처럼 요가를 하고나니 훨씬 시원한 느낌이다. 코와 목에 남은 염증 탓에 조금은 답답하고 찜짬한 연두색에서, 점차 개망초가 떠올랐다. 세찬 비바람에도 꺾이지 않고, 종종 가물어도 시들지 않는. 하물며 사람인데, 나 또한 개망초만큼의 생명력은 있겠지. 나도 화려하지 않더라도 소박하게 자신의 꽃도 피우고, 비바람과 무관하게 삶의 순리대로 싹트거나 지게 되면 좋겠다. 오늘은 사람이 훨씬 적게 오기도 했지만, 몸을 뒤로 젖혀 발꿈치를 잡는 자세가 나만 되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어떤 자세는 오른쪽은 잘 되기도 왼쪽은 조금 불편하기도 하지만, 하다보면 곧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생겼다.
다리 쭉 펴고 앉아서 한쪽씩 드는 동작, 특히 허벅지 안쪽근육을 사용하는 동작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허벅지 앞 근육이 땅땅하도록 힘줘도 다리가 흔들려서 놀랐다. 억지로 바쁜 일들을 생각하지 않으려 하니, 겹친 종이를 잘라만든 사람모양 종이장식이며, 꿈에 자주 등장했던 장소들이며 온갖 이미지들이 떠오르고, 평화롭고 정적인 마음은 잘 안되다가, 우유니 사막을 생각했다. 이른 아침 화이트비치를 생각하다, 그래도 해변 매점들이며 다른 생각이 들어 흰 모래사장을 넓히고 넓히다보니 우유니 사막이 떠올랐다 그래도 오늘은 또 다른 분이, 다른 데서 당연히 요가를 하다 온 걸로 생각하시며 잘한다고 해주셔서 응원이 됐다! 요가 전 카페에서 새로운 메뉴(생크림와플과 키위쥬스)도 먹고, 마친 후 선물용 블루베리청(마니또 선물..
너무 피곤해서 까무룩 잠들었다 깨서 마무리했는데, 옆에 까칠하고 무서워보였던 분이 "왜 이렇게 잘하냐, 구경하느라 하나도 못했다"고 계속 말씀해주셔서 힘이 났다. 좋아하는 일이니 꾸준히 해야지. 쟁기자세에서 물구나무 서는 동작이 전에 했을 때보다 잘되기도 했고, 머리와 어깨가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장소가 조금 추웠는지, 모닥불을 쬐는 불곰을 생각했다. 크레파스로 다양한 색깔을 두텁게 칠한 조금 유화같은 느낌의. 그리고 같은 질감, 검은 외곽선에 초록,파랑 잎인 튤립같은 꽃도 떠올렸다. 그리고 싶어졌다.
나도 기분이 좀 상한 채 퇴근했고, 친구 또한 직장에서 화나는 일을 겪은 걸 듣다 요가를 시작했다. 예쁜 풍경을 떠올리려했지만, 들고나는 숨이 뿌연 연두색, 잿빛이 나는 푸른색만 연기처럼 느껴졌다. 허리 회전을 하고, 한 다리 물구나무서기로 뒷목을 늘이고 쉽지도 그렇다고 너무 힘들지도 않은 동작에 집중하다보니 잡념이 많이 사라졌다. 말도 안되게, 화난 상이지만 귀여운 갈색 포메라니안처럼 생겼지만 보라색인 강아지나, 파스텔로 그린 듯한 뽀얀 하늘색 하늘과 해바라기 같은 상상을 했다. 머릿속으로나마 온갖 예쁘고 귀여운 상상을 하는 일,은 어른이 되고는 좀처럼 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잠들기 전 노력해도 원하는 대로의 꿈은 꿀 수 없다는 걸 알아서인지, 굳이 상상이란 걸 하지 않아온 것 같다. 꿈이 아니고..
기분이 애매하게 찝찝한 날. 정신사나운 일이 많았던지, 활자세하며 기분이 좋아지자 크리스탈 바나나에 앉아 흔들의자처럼 흔들흔들 노는 원숭이가 떠오르다니. 활, 편의점에서 마신 바나나 스무디, 바나나니까 오늘 잡은 빨간 원숭이 포켓몬. 낙타도 생각났다. 여행책 때문인 듯. '남이 나에게 우월감을 갖든 말든, 어떤 (한심한) 생각을 하든 나와 무슨 상관인가? 내 인생이 이렇게 즐거운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금세 또 약오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요가 후에도 조금 남은 나쁜 기분 찌꺼기마저 떨치고 가려고 좋아하는 카페에서 책 읽으며 샌드위치를 먹고 돌아왔다. 요가 뒷정리를 열심히 해 착하다는 칭찬을 받은 것보다도, 중심잡는 자세가 어려웠다는 사실보다도, 그 전에 생긴 다른 사람이 싫은 감정이 더 오래 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