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기분이 좀 상한 채 퇴근했고, 친구 또한 직장에서 화나는 일을 겪은 걸 듣다 요가를 시작했다. 예쁜 풍경을 떠올리려했지만, 들고나는 숨이 뿌연 연두색, 잿빛이 나는 푸른색만 연기처럼 느껴졌다. 허리 회전을 하고, 한 다리 물구나무서기로 뒷목을 늘이고 쉽지도 그렇다고 너무 힘들지도 않은 동작에 집중하다보니 잡념이 많이 사라졌다. 말도 안되게, 화난 상이지만 귀여운 갈색 포메라니안처럼 생겼지만 보라색인 강아지나, 파스텔로 그린 듯한 뽀얀 하늘색 하늘과 해바라기 같은 상상을 했다. 머릿속으로나마 온갖 예쁘고 귀여운 상상을 하는 일,은 어른이 되고는 좀처럼 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잠들기 전 노력해도 원하는 대로의 꿈은 꿀 수 없다는 걸 알아서인지, 굳이 상상이란 걸 하지 않아온 것 같다. 꿈이 아니고..
어제보다 발전한 점을 찾는 건 의외로 쉽다. 싫어하던 사람을 덜 싫어하게 된 것, 오늘도 계획보단 늦었지만 어제보다 2분은 일찍 집을 나선 것, 그것도 오늘은 커피를 투샷 내리고 포도도 씻어서 먹고 나섰는데도! 진짜 지각은 안했다는 점 등. 겨우 아침을 챙겨먹고 화장실을 가느라 이렇게 뛰어서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보단, 달리기 실력과 멀리서 신호를 보고 다시 파란불이 들어올 시간에 맞춰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게 된 자신이 진심으로 대견하다. 자연스럽게 이런 방향으로 먼저 생각하게 된 점이!
오늘 책을 반납해야해서, 네 권 모두 가방에 담아 도서관 앞 냉면집으로 갔다. 못 다 읽은 책을 사진 위주로 급히 읽고있자니, 금세 냉면이 나왔다. 튀지 않게끔 멀찍이 두고, 한젓갈 먹고 펼쳐보고 했다. 한눈에 탁 들어온, 남양주에 있다는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박물관! 안그래도 면허따면 멀지도 않으면서 예쁜 남양주카페들을 가볼까했는데,저기가 딱 좋겠다. 아프리카는 무리여도, 처음으로 카페문화가 생겼다는 터키 이스탄불은 언젠가 가봐야지. 또 새로, 가벼운 책을 세 권이나 빌렸다. 군주론은 한국사 시험 이후로 미뤄두고, 이건 틈날 때 짤막짤막하게 읽기 좋은 책들.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 도대체 를 읽고 있는데, 생각 이상으로 좋다. 프롤로그 내용이 정말 좋았다. 귀엽고 깨달음도 주고 뼈도 때리고.
기분이 애매하게 찝찝한 날. 정신사나운 일이 많았던지, 활자세하며 기분이 좋아지자 크리스탈 바나나에 앉아 흔들의자처럼 흔들흔들 노는 원숭이가 떠오르다니. 활, 편의점에서 마신 바나나 스무디, 바나나니까 오늘 잡은 빨간 원숭이 포켓몬. 낙타도 생각났다. 여행책 때문인 듯. '남이 나에게 우월감을 갖든 말든, 어떤 (한심한) 생각을 하든 나와 무슨 상관인가? 내 인생이 이렇게 즐거운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금세 또 약오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요가 후에도 조금 남은 나쁜 기분 찌꺼기마저 떨치고 가려고 좋아하는 카페에서 책 읽으며 샌드위치를 먹고 돌아왔다. 요가 뒷정리를 열심히 해 착하다는 칭찬을 받은 것보다도, 중심잡는 자세가 어려웠다는 사실보다도, 그 전에 생긴 다른 사람이 싫은 감정이 더 오래 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