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roc_dal 2018. 10. 24. 01:20
 요가 말미, 번쩍 눈이 뜨였다.
 네모난 천장 조명을 보면서, 지금 스티브가 죽었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도 기억해두려 고개 돌려 시계를 봤고, 딱 여덟시 이십분이었다.
 오늘 아침까지만해도 아직 활동성이 좋으니 못해도 사흘, 어쩌면 일주일 정도는 더 살지 않겠냐고 생각을 했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요가를 마치고 몸도 상쾌하고 정신이 이상할 정도로 맑아서 기분이 좋았는데도, 집에 가면 스티브 먼저 확인을 하고 하천에 흘려보내줘야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집에 와보니 바닥에 누워있었다.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지만, 잘 때도 팔랑이던 지느러미와 아가미가 멈춰있었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하며 물을 조금씩 따라버려도, 굳은 몸이 구르기만 할 뿐이었다.
 허옇게 둥둥 뜨거나하는 모습이 아니라, 눈도 몸의 모습도 평소와 거의 같았다. 죽은 지 얼마 안되었겠구나, 나한테 강한 예감이 왔을 때 정말 죽은 거구나 싶었다.

 마침 있던 일회용 컵에 조금 남은 물과 스티브, 마리모를 담았다. 검은 봉지까지 찾아내 나설 준비를 다 마치고 나니 그제야 갑자기 눈물이 났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고마운 존재였다.